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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와 함께 하는 인성교육 <옛이야기 톡톡-4> 정소영 팔마초 교장<동화작가> “아들을 버린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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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와 함께 하는 인성교육 <옛이야기 톡톡-4> 정소영 팔마초 교장<동화작가> “아들을 버린 며느리”
  • 호남타임즈
  • 승인 2017.05.1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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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동화와 함께 하는 인성교육 <옛이야기 톡톡-4>
정소영 팔마초 교장<동화작가> “아들을 버린 며느리”

옛날 어느 마을에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며느리가 있었습니다.
아들내외가 사는 집은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에 세끼 밥을 먹기가 어려울 정도로 가난하였습니다.
“친구가 환갑잔치에 초대를 했는데 입고 갈 마땅한 두루마기도 없고 부조할 돈도 없구나.” 하고 시아버지가 혀를 차며 걱정을 하였습니다.
“아버님, 걱정 마셔요. 제가 어떻게라도 의복과 부조돈을 챙겨볼게요.”하고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려고 말하였습니다. 그제야 시아버지는 얼굴의 주름살을 펴며 화안하게 웃었습니다.
“며늘아가야, 말이라도 고맙다.”
잔칫날이 10여일 남은 어느 날, 며느리는 장롱에서 시집 올 때 가져온 한복을 꺼냈습니다. 치마를 뜯어 두루마기를 만들었습니다. 속바지를 뜯어서 웃저고리를 만들어 시아버지의 한복을 마련하였습니다.
남의 집 밭매기 품팔이를 이틀이나 하여 부조금으로 10전을 모았습니다.
시아버지 친구의 환갑날이 되었습니다.
“아버님, 제가 마련한 한복입니다. 부조금도 마련하였으니 잘 다녀오십시오.”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깨끗하게 풀을 먹여 숯다리미로 다린 한복을 입었습니다. 며느리가 준 부조금을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시아버지는 하루 종일 맛있는 음식도 먹고 술도 마시고 놀다가 밤이 되어서야 잔칫집을 나왔습니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상태였습니다. 다리가 비틀비틀 거렸습니다. 앞이 뽀얗게 보여 잘 걷지를 못했습니다. 산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돌멩이에 걸려 발을 헛짚었습니다.
“아얏!”
계곡 아래로 굴러 떨어졌습니다. 눈을 번쩍 뜨고 정신을 차려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여기 저기 상처가 났는지 팔다리와 허리가 아팠습니다. 일어날 수가 없어 그냥 누워 있는데 술기운이 전신에 퍼졌습니다.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이상하네요. 아버님이 오실 시간이 됐는데 아직 안오시네요. 제가 한번 나가 볼게요.”
며느리는 아기를 업고 등불을 들고 마을 앞으로 나갔습니다.
얼마쯤 가니 산길이 나타났습니다. 등불을 들어 여기저기 살폈습니다. 어디선가 사람숨소리와 코고는 소리가 났습니다. 시아버지 코고는 소리 같았습니다.
“술을 많이 마셔서 오시다 주무시는지도 모르지.”하고 혼자 중얼거리며 며느리는 소리가 나는 계곡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아이고!”하고 며느리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습니다. 눈앞에 호랑이 한 마리가 서 있었습니다. 번쩍번쩍 광채가 나는 눈으로 떠억 서 있었습니다. 황소만한 호랑이였습니다. 시아버지를 잡아먹을 기세였습니다.
“호랑이님, 우리 아버님을 기어코 잡아 먹으실겁니까?”
하고 며느리는 벌벌 떨며 말하면서 손짓으로 잡아먹는 시늉을 하였습니다.
호랑이는 며느리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하였습니다.
“호랑이님, 우리 아버님을 제발 살려주세요. 대신 제 등에 업힌 아들을 드릴게요.”
하고 며느리가 간절하게 사정을 하였습니다. 호랑이는 며느리를 가만히 쳐다보더니 한참 있다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며느리는 포대기에 싼 아들을 호랑이 옆에 놓았습니다. 며느리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아들은 영문도 모르고 쌔근쌔근 잠을 자고 있습니다.
“아버님, 일어나셔요. 집에 가셔야지요.”
며느리는 울음이 복받치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고 시아버지를 깨웠습니다.
집에 도착한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외출복을 벗기고 손발을 씻겨드렸습니다. 이부자리를 펴고 눕혀드렸습니다.
“아이는 어디 있는가?”하고 남편이 물었습니다. 며느리는 통곡을 하고 싶었지만 애써 복받치는 울음을 참고 자초지종을 말했습니다.
남편은 크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가슴이 아픈지 한참 가슴언저리에 손을 얹고 주물렀습니다.
“고생했네. 아들은 또 낳으면 되지만 부모님은 한번 돌아가시면 그만 아닌가. 자네 마음이 아프겠네만 어쩌겠는가?”
며느리와 아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를 찾은 기쁨에 서로 위안을 하며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날, 시아버지는 꼭두새벽에 눈을 떴습니다.
“내가 전날 술을 많이 마신 모양이네.”하고 시아버지는 중얼거렸습니다. 여기저기 몸이 쑤셨지만 벌떡 일어났습니다. 여느 때처럼 집안을 둘러보려고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마당 장독대에는 아침 햇살이 쏟아졌습니다. 시아버지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디선가 아이 울음소리가 났습니다. 대문 밖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대문 밖으로 달려 나갔습니다. 대문 앞에는 강보에 쌓인 아이가 울고 있었습니다.
“아니, 웬일이냐! 우리 손주 놈이.”
시아버지는 아이를 안고 집안으로 들어와 아들내외를 깨웠습니다.
“며늘아가야, 일어나봐라. 큰일 났다!”
며느리는 강보에 쌓인 아들을 보았습니다.
“아버님, 세상에 우리 아들이 다시 돌아오다니!”
며느리는 시아버지에게서 아들을 빼앗아 덥석 안았습니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기뻐서 눈물을 철철 흘렸습니다.
아들에게서 그간의 이야기를 들은 시아버지는 아들내외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여 한참을 그냥 서 있어야 했습니다.
“며늘아가, 니 효성이 지극하여 미물인 호랑이도 감동을 받았구나.”
그 후 아들내외는 두 번 사는 아들과 시아버지를 모시고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참고 도서 : ‘광주의 설화’ , 광주민속박물관 발간)

□ 생각 톡톡톡

톡1. 친구의 환갑잔치에 입고 갈 옷과 부조금이 없다고 걱정하는 시아버지를 보고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가 어떻게 하였는지 이야기해봅시다.

톡2. 시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호랑이에게 아들을 준 며느리의 행동이 옳은가에 대하여 근거를 들어 토론해 봅시다.

톡3. 며느리의 효성에 감동한 호랑이가 다시 아들을 돌려보냈습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부모님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부모님에게 어떻게 효도를 할 것인지 생각하며 부모님에게 감사와 사랑의 편지를 써서 보내세요.

◎ 프로필 정소영(丁昭榮)

▲ 공주교육대학교 졸업
▲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 해남교육청 장학사
▲ 전라남도교육연수원 연구사
▲ 교육부 초등 국어과 교과서 심의위원
▲ 아동문예 신인문학상
▲ 종문학나눔우수도서 선정
▲ 현재 전남 순천 팔마초등학교 교장
▲ 저서
- 한국전래동화 탐색과 교육적 의미
- 동화집 아기몽돌의 꿈

<호남타임즈신문 2017년 5월 15일자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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