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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전남서부보훈지청> “따뜻한 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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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자 <전남서부보훈지청> “따뜻한 보훈”
  • 호남타임즈
  • 승인 2019.10.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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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지고 억새가 물결치는 늦가을 2008년 11월1일 첫 출근과 함께 ‘보훈도우미’라는 생소한 명칭으로 고령보훈가족 대상에게 재가복지서비스를 통해서 보훈도우미가 가사, 간병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알고 국가보훈제도가 보훈가족에게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지 않고 보답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김 모 어르신 가정을 첫 방문하는 날 낯설어서 어르신께 무슨 말을 먼저 드려야할지 망설였는데 어르신께서 먼저 제 손을 잡아주시면서 하회탈 모습의 웃음을 보이면서 서먹함을 편안한 마음으로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도와드리려고 하는데 어르신부부께서 아가씨는 빗자루 들고 청소 안 도와줘도 된다며 빗자루를 뺏고 눈을 흘기면서 화를 내셨습니다.
화장실 가는척하고 부엌살림살이를 닦고 정리하는데 어르신부부는 웃으시면서 돌아가실 때까지 보훈청 아가씨가 내 딸로 지내면 된다고 하시면서 어르신 따님과 아들 두 명을 몸이 아파서 하늘나라로 먼저 보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커다란 상처를 안고 계신 어르신부부를 위로해드리고 국가보훈처에서 재가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자세히 설명해드리면서 케어 때마다 어르신 가정에 필요한 보훈도우미가 되고 싶다고 말씀 드렸더니 고개를 끄떡끄떡하셨습니다.

그 이후 케어 때 어르신께서는 왼손에 의족을 끼고 오른손으로 토마토를 썰어서 TV장식장 안에 보관했다가 주실 때는 토마토에 바퀴벌레가 빠져있을 때도 있고 그릇에 이물질이 묻어있을 때도 있었지만 어르신 부부의 따뜻한 마음과 끝없는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어르신 건강상태가 일주일에 세 번 신장투석을 받고 오래된 당뇨병으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노환으로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배우자께서는 어르신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죄스러워 하시면서 직장도 안다니고 결혼도 안한 막내아들과 함께 거주하면서, 집안에 계시면 가슴이 답답하고 터질 것 같아서 수시로 집주변을 돌아다니면서 폐박스를 줍고 이웃에 있는 김치가게에서 보수를 받지 않고 야채를 손질하고 정리하면서 하루생활을 몸 피곤하게 보내고 계셨는데 배우자 건강상태가 갈수록 기력이 떨어지면서 대상포진이 계속 재발하고 틀니가 흔들거려서 틀니를 빼놓고 잇몸으로 음식을 드시고 귀가 안들려서 대화도 자유롭게 나눌 수 없고 치매증세가 심해지면서부터 저한테는 마음이 아픈 어르신 가정입니다.

어르신 가정을 케어 하는 날에는 생각지도 않는 일들이 생겨서 자주 당황하고 어르신께서 실수로 용변을 보거나 배고프다고 소리를 지르고 밖으로 나가려고 할 때는 집안에서 열쇠를 잠그고 케어를 하는데 마음이 찡해서 부모님이라고 생각하면서 정성껏 도와드리고 대문 밖을 나설 때는 제 마음이 가볍고 제 자신한테 뿌듯함으로 짝짝짝 박수를 보내면서 미래에 제 노년생활을 어르신들한테 배우면서 오늘도 마음속으로 ‘홧팅’을 외쳐봅니다.

이 세상에 계신 모든 부모님들!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사랑합니다.

<밝은 지역사회를 열어가는 호남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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