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명퇴 신청 소식을 들은 친구가 전화해서는 다짜고짜 이런다.
“아니 그 좋은 교장을 왜 그만두고 그러냐?”
그래서 그랬다.
“교장도 힘들어야.”
일반인들 눈에는 교장이 좋아 보이나 보다. 하긴 교직원들 눈에도 어쩔지 모르겠다.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알아준다고 교장선생님들은 이 말을 공감해 주시려나?
교장이 뭐가 힘들까?
교장이 되기까지 대개가 교육에 관해서는 산전수전 다 겪고, 공중전까지 치러 본 분들이라 모두 나름의 교육철학과 통찰력이 생긴다. 그러다 보니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교육철학에 맞지 않고, 이건 아니다 싶은 상황들을 보면 내적 갈등을 겪으면서 힘들어진다.
그럴 때면 그저 눈 감고, 귀 닫고 사는 게 지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건 아니라고 생각되는 상황에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지낼 자신이 없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이런 세상에서 교장을 하기가 힘들다. 차라리 이 상황을 바꾸겠다고 나서는 게 마음 편하다.
물론 지난 12년 세월 동안 전남에서 학교 혁신을 이루겠다고 추진해 온 일에 대해서 흡족하신 교장선생님들도 계실 것이다. 그런 평가는 각자의 몫이고,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일 뿐이다.
다만 교육 혁신이 정말 성공하려면 단언컨대 학교를 경영하는 교장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는 이룰 수 없다. 교육감이 아무리 소리를 내도 선생님들은 듣지 못한다. 교실에서 시간마다 아이들과 총성 없는 전쟁터처럼 지내는 선생님들은 하루하루가 벅차다. 선생님들을 현장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분들이 바로 교장이다. 그래서 교육감이 성공하려면 누구보다도 교장의 지지를 구하고, 교장들이 학교 혁신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나설 수 있도록 격려하고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교장의 권한은 없애고, 막중한 책임만 남은 세상에서 요즘 같아서는 무어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누군가 교장도 힘들다는 말에 공감만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누구보다도 교장 인사권이 있는 교육감이 공감해 주면 좋겠다.
지난 12년 동안 우리는 교장 한 번 안 해 본 교육감을 모셨다. 물론 교사도 그냥 교장을 잘 할 수 있고, 교육감인들 왜 못하겠느냐고 말할 수 있다. 그래도 경험만큼 남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없다. 그래서 교장들은 직접 교장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좀 더 우리를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그런데 내년 교육감 선거에 현 교육감이 재선 도전에 나서겠다 하고, 그전 교육감의 비서실장이 출마한다 했는데 보아하니 둘 다 교사 경력이 전부다. 이대로 지켜보다가는 누가 되던 또다시 교장 경력이 없는 사람이, 그리고 지금까지 권력을 가져왔던 집단이 번갈아 계속 유지하게 생겼다.
전남에만 800명이 넘는 교장이 있다. 지혜로운 분을 찾아가 출마를 권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덕이 있는 분을 찾아가 권하니 패가망신하기 딱 좋은 일이라고 한다. 결국 지인용(知仁勇)의 가장 마지막은 용기다. 논어에 있는 말처럼 세상일이라는 게 내가 하기 싫으면 남도 하기 싫은 법이다. 결국 직접 출마하겠다고 용기를 내었다. 10년 넘게 남은 정년을 스스로 마다하고 교육감 선거에 나서겠다는 일이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선거법상 선거일 180일 이전까지만 언론에 직접 글을 쓸 수 있다. 이 글이 여기 올리는 마지막 칼럼이 될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주제는 그냥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요즘 하루하루 학교에서 겪는 모든 일이 교직 생활의 마지막으로 남고 있다 보니 감성이 가득하다. 전남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소명 하나로 용기를 내었다.
다수결에 따라 권력을 부여하는 세상이다 보니 교장의 지지만으로는 교육감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다시 강조하는데 교육을, 학교 현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학교 경영자인 교장의 지지부터 얻어야만 한다.
내년에 있을 전남교육감 선거의 구도는 아주 단순하다. 지난 12년의 결과를 보고, 이 상황이 계속 유지되길 바라면 앞서 말한 두 후보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그러나 변화를 바라는 분들이 계시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선택지 하나는 있어야 한다. 그런 다양한 선택지가 희망이고 발전이다.
한평생 교육을 위해 헌신하시고, 퇴직 후 또다시 전남교육을 위해 봉사하고자 나서시는 다른 후보들의 모습을 아름다운 도전이라 생각하고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 마지막으로 제안하기는 네거티브 일색인 정치판에 신물이 나는 국민에게 교육자들마저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후보끼리 서로 존중하며 각자의 참신한 정책과 비전, 차별성을 제시하여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것이 정녕 전남교육이 발전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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