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00:39 (금)
[타임즈정담] 김철진 교수, “인간 내면의 신비한 힘, 레질리언스”
상태바
[타임즈정담] 김철진 교수, “인간 내면의 신비한 힘, 레질리언스”
  • 호남타임즈 기자
  • 승인 2022.02.21 17: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간 내면의 신비한 힘, 레질리언스”
김철진 광신대 교수.
김철진 광신대 교수.

김철진 광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인간 내면의 신비한 힘, 레질리언스”

일반적으로 삶은 크고 작은 시련과 역경의 연속이다. 이혼, 질병, 사고, 사망 등 커다란 시련도 있지만 사소한 갈등이나 작은 실수 등 자잘한 어려움도 있다. 왜 어떤 이는 조그만 시련과 역경에도 주저앉아 버리는데, 왜 어떤 이는 견디기 힘든 절망과 실패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가? 불행과 역경을 이기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게 하는 인간 내면의 신비한 힘이 레질리언스(resilience)다. 인간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역경을 견뎌낼 뿐만 아니라 역경을 통해서 오히려 성장하는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가장 밝고 즐겁게 살아가야 할 나이에 가장 어둡고 고통스런 삶을 살아간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공부하는 우리나라 청소년은 자기들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여기고, 우울증과 자살률도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가정 밖 청소년이나 학교 밖 청소년들은 동시대 청소년들보다 이러한 시련을 몇 배나 더 많이 경험하고 있다. 빈곤층에서 태어나 가정불화가 극심하거나 부모는 별거나 이혼상태이고, 부모 중에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등 고위험군에 속하는 아이들은 다른 집단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학교 부적응과 학습장애를 보이고, 학교와 집에서 여러 가지 갈등을 일으키기 쉽다.

그러나 에미 워너(Emmy Werner)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고위험군 중 1/3에 해당하는 아이들은 좋은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보다 훨씬 더 긍정적이고 유능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힘을 가진 아이들은 주변에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수용해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이 있었다고 한다. 그 사람이 아이 가까이서 지켜봐 주고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어 언제든 기댈 언덕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랑을 먹고 자라야 아이는 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레질리언스를 얻는 법이다. 역시 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들은 사람을 통해 풀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약 5% 정도의 아이들이 학교 밖 청소년이나 가정 밖 청소년으로 자라고 있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이 아이들을 공공재(公共財)로 생각하고 이들의 보호와 양육을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이 난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단지 힘든 환경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그 일생이 불행하게 되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또한 이 아이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사회적 도움이나 지지 없이 자라나게 되었을 때 사회가 경험하게 될 수많은 사회문제들을 생각하면 사회적 투자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 아이들을 방치하면 나중에 복지예산으로 부양해야 할 또 다른 ‘짐’이 되겠지만 아이들의 건강한 심리 정서 발달을 원조하고 여러 결손문제를 치유하고 예방해줄 수만 있다면 미래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될 인재로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별다른 고생 없이 평탄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 중에 커다란 업적이나 성취를 이룬 이들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시련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다가도 강한 레질리언스로 극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역경이나 실패를 성공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이런 의미에서 학교 밖 청소년이나 가정 밖 청소년도 크게 성공할 가능성이 반드시 존재한다.

그러나 누구나 레질지언스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이런 능력을 기르도록 도와야 한다. 마음에도 힘이 있다. 몸의 힘이 신체 근육에서 나오듯 마음의 힘은 마음의 근육인 레질리언스에서 나온다. 마음의 근육은 주변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 혹은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키울 수 있다. 학교 밖 청소년이나 가정 밖 청소년에게는 이런 사랑이나 훈련을 우연적 만남을 통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지지체계를 통해 구조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면 어떠한 어려움이나 역경이 닥쳐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이러한 힘은 시련과 역경에 처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기초체력이나 면역력 같아서 청소년들에게도, 우리에게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레질리언스가 필요하다. 학교 밖 청소년이나 가정 밖 청소년들에게도, 우리에게도 레질리언스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조금이나마 공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밝은 지역사회를 열어가는 호남타임즈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