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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칼럼] “분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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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칼럼] “분노하라!”
  • 호남타임즈 기자
  • 승인 2022.01.09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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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전 노무현재단 전남공동대표
문정인 전 노무현재단 전남공동대표

문정인 전 노무현재단 전남공동대표, “분노하라!”

 

특전사를 지원한 조카 녀석이 몇 달 전에 제대를 했다. 예정보다 빠른 제대다. 코로나19로 인해 못나온 휴가 날짜만큼 제대가 앞당겨 졌다는 것. 쉴 틈도 없이 알바를 구했다. 공사현장 일용직 알바인 듯 보인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재밌게 한다.”는 씩씩한 대답에 뭉클했다.

엊그제 내린 폭설로 인해 공사현장이 며칠 쉰 모양이다. 그 사이 편의점 알바를 했다며 케이크와 와인을 사들고 왔다. 스물넷살의 기특하고 야무진 조카 덕분에 예쁜 성탄절을 보냈다. 녀석의 처지를 알기에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청년들이 영끌 한다는 가상화폐와 주식투자에 대한 조카의 생각을 들었다.

녀석의 대답은 간결하고 단호했다. “저는 그런 것 잘 모릅니다. 다른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그들만의 세상이겠죠.” 위로하려고 했던 질문이 오히려 비루해졌다. 녀석은 제대하면서 8백만 원 정도를 모았다. 월급과 생명수당 등을 저축한 돈이다. 앞으로 계획과 구상도 제법 상세하게 설명했다.

지속가능한 알바를 하면서 복학 전까지 이런저런 자격증 취득을 계획하고 있었다. 얼마 전 한국사시험과 토익시험에 응시해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금은 IT관련 자격증과 게임지도사 자격시험공부에 열심이다. 체력관리를 위해서 운동도 빠지지 않고 다닌다. 통화하는 것을 우연히 엿들었다. 조부모와 사는 후배인 듯하다.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시골에 다녀와야 한다는 후배는 조카에게 부탁을 했다. 식육관련 배달 알바인데 자기 대신 해 줄 수 있냐는 부탁이다. 조카는 전화를 끊더니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친구로부터 알바를 대신 해 주겠다는 다짐을 받는 모양이었다. 조카는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그 사실을 말하며 할머니께 다녀오라 했다.

어떤 친구인지 궁금했다. 고등학교 동창인데 상황이 어려워 대학을 중도 포기하고 현재는 폴리텍 대학에 다닌다고 했다. 시급알바를 하면서 열심히 사는 친구라고 했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 청년들이 어디 조카아이들뿐이겠는가. ‘각자도생’하는 엄혹한 현실에 놓인 청년노동자들의 희생을 보며 아프고 숙연해진다.

불안한 시대에서도 희망을 찾으려는 청년들을 뜨겁게 격려하며 응원한다. 이들의 희망이 좌초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제 부스터 샷을 맞으면서 가상화폐와 주식투자에 올인 하는 2030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영끌 한다는 청년들의 분노를 전했다.

공감하는 바 없지 않으나, 문득 조카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녀석 말마따나 다른 세상 청년들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주식과 가상화폐에 영끌 하는 청년들의 분노가 과연 ‘정의’일까! 아무튼 이 땅의 젊은 청춘들이 희망하는 2022년이 되기를 바라며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를 호출한다.

<밝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힘 호남타임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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