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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조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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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조연설
  • 호남타임즈 기자
  • 승인 2024.09.2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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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광주 평화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광주 평화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일 호텔 현대 바이라한 목포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전남 평화회의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다음은 9.19 평양공동 선언 6주년 기조연설 전문.

여러분, 반갑습니다.

어제 광주에 이어 오늘 이곳 전남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더욱 기쁩니다.

올해는 특별히 ‘한반도 평화 공동사업추진위’를 구성하고, 노무현재단, 한반도평화포럼, 포럼 사의재가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경기도와 함께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특히, 민주주의와 평화의 성지 광주와 전남에서 한반도 평화를 향한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신 김영록 지사님, 강기정 시장님, 그리고 전남도민과 광주 시민 여러분께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기념행사를 후원해 주신 에버트재단에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올해 기념 행사에는 국내외 종교,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한반도 평화행동’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평화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을 확산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오늘 환영사를 해주신 김희중 대주교님과 영상축사를 보내주신 브레드 셔먼 美하원의원께도 깊은 존경과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주교님의 기도와 헌신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과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브레드 셔먼 의원은 美하원의 한반도평화법안 제출에 앞장섰고, 지금까지 하원의원 46명의 법안지지 서명을 이끌어내 우리에게 큰 각성을 주고 있습니다.

6년 전 나는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함께 역사적인 평양공동선언을 했습니다.
더이상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은 없을 것이라는 선언이었습니다. 그리고 첫 단계 실천방안으로 9.19 군사합의를 체결했습니다. 서해 5도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적대행위를 종식하고, 우발적 충돌의 위험을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한 매우 구체적이며 실효적인 방안을 담은 합의였습니다.

9.19 군사합의는 하노이 노딜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중단되고 남북관계가 단절되는 과정 속에서도, 한반도의 군사적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평화의 안전핀 역할을 충실히 했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9.19 군사합의는 파기되었고, 한반도는 언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갈수록 심해지고 남북 간의 말폭탄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남북한은 이제 오물풍선과 대북 확성기 방송같은 비군사적 형태의 충돌을 시작했습니다.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군사적 충돌로 번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북한은 이제 남북한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습니다.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평화와 통일이라는 겨레의 염원에 역행하는 반민족적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의 대응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힘에 의한 평화’만을 외치며 대화를 포기하고, ‘자유의 북진’을 주장하며 사실상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북한과의 신뢰구축과 대화를 위해 흡수통일 의지가 없음을 거듭 표명해왔던 역대 정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구도가 새롭게 강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신냉전구도는 한반도 평화와 우리 국익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것이 명백합니다. 진영을 나눠 대립하는 냉전구도는 남북 간의 화해와 협력의 길을 막고, 한반도 비핵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며,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과 번영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과 달리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한층 강화되고, 대한민국이 첨예한 대결구도의 최전선에 서면서 한반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신냉전의 화약고가 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신냉전구도 강화에 앞장서거나 편승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안보를 국제정세에 따라 요동치게 만드는 어리석은 일입니다. 한반도가 군사적 대결의 최전방이 될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한반도는 이미 냉전구도 속에서 세계에서 가장 참혹한 전쟁을 겪은 바 있습니다. 우리에게 평화보다 절실한 과제는 없습니다. 한반도에서는 세계 어느 지역보다 평화의 가치를 최우선에 둬야 합니다.
편중외교를 탈피하고 국익을 앞세우는 균형외교로 스스로 평화의 길을 찾고, 더 나아가 평화의 중재자가 되어야 합니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태로 파탄 난 현실을 보며, 남북관계의 미래를 비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희망은 있는 법입니다.

나는 2017년 독일 쾨르버재단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4대 실천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군사분계선에서 적대행위 중단,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때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과 북미 간의 험악한 말폭탄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었고, 전쟁의 먹구름이 가득했습니다. 모두가 미래를 비관하고 있을 때, 나는 평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가졌고, 기회를 기다리며 평화프로세스를 착실히 준비하고 실천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몽상처럼 여겼던 4대 실천방안을 1년 안에 모두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결코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오직 평화만 보고, 역대 정부의 대북 정책들을 발전시키면서 이어나간 의지와 노력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2018년 우리는 한반도 평화의 정상까지 오르지 못했지만, 정상으로 가는 길을 보았습니다.
어느 정부든 다시 노력이 이어진다면, 그때는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북한과 대화하고자 했던 역대 정부의 노력들은 그 하나하나가 평화로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과정이 때로는 지금처럼 끊어지기도 하지만, 그러나 우리가 한반도 평화를 향한 의지와 노력을 꺾지 않는다면, 반드시 다시 이어질 것입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 남북공동성명,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 2018년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은 모두 적대와 위기의 세월을 뛰어넘으며 이어져 온 것입니다.

우리가 내딛었던 2018년의 평화를 향한 큰 발걸음은 평화를 지향하는 정부가 새로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개할 때, 그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입니다. 한반도 운명을 남에게 맡겨서는 안됩니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에 우리가 뒷전으로 밀려서는 안 됩니다.
구한말과 냉전 시기 한반도를 강대국들의 각축장으로 전락시켰던 뼈아픈 과거를 되돌아보며,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 상황이 요동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문재인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하고자 했습니다. 미국과 북한을 중재해서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습니다. 평양공동선언에 영변 핵시설의 조건부 폐쇄를 명시하여, 그동안 북미 간에만 이루어졌던 비핵화 의제를 남북 간의 합의로 이끌어냈습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는 선순환해 나가야 하는 것이지만, 그 선순환을 주도하는 것은 우리여야 합니다.
북미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다면, 남북관계 발전에 속도를 내어서 북미관계 발전을 이끄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남북대화가 선행되고, 그것을 통해 북미대화까지 이끌어내야 합니다. 비핵화도 북미 간의 문제로만 미루지 말고,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합니다.

미국의 대선 이후 새정부가 출범하면 북미대화 재개가 추진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갈수록 커져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우리가 과거처럼 이른바 ‘패싱’을 당하고 소외되어서는 안됩니다.
지금 우려되는 것은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대화를 외면하고 대결 노선만 고집하다가는 언젠가 북미대화가 재개될 때 지붕만 쳐다보는 우를 범하게 될 것입니다.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이 우리에게 남기는 교훈은 우리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소중한 교훈을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대화밖에 다른 길이 없습니다. 전쟁 중에도 대화를 하는 것처럼 대화는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해야 하니까 하는 것입니다. 지금 한반도 상황은 한국전쟁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입니다.
상대가 좋든 싫든 안보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 노력이 절실합니다.

대화는 평화공존을 전제로 합니다. 대화에는 무엇보다 진정성이 중요합니다. 대화를 하자면서 북한의 체제붕괴와 흡수통일을 말한다면 대화가 될 리가 없습니다. 대화의 상대를 더 강경하게 만들고 관계를 경색시킬 뿐입니다.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나설 것은 현 정부에 촉구합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다시 핵에 매달리고 대결을 외치며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합니다. 국제사회 고립을 더욱 깊게 만들 뿐입니다. 하루속히 대화의 장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평화가 모든 것을 보장해주지 않지만, 평화 없이는 대한민국의 번영도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대화만이 평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더 고도화되고

한반도 평화의 길이 더 험난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비핵화의 해법을 새롭게 강구하고 평화프로세스도 다시 설계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대화의 길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위기를 끝낼 대화에 지체없이 나서는 것, 이것이 지금 남과 북 모두가 해야 할 선택입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9월 20일

문재인

<밝은 지역사회를 열어가는 호남타임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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