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강추위에 내버려졌을 때 홀로 있으면 얼어 죽지만, 함께 있으면 체온을 나눔으로써 살아남을 수도 있다. 오늘날 지구상 척추동물 중 98%가 지구의 주인이 된 것도 연결의 시너지 효과인 것이다. 아름다운 삶도 사람 간의 연결을 통해서 형성되고, 그 연결이 긍정적으로 지속되면 인류가 바라는 세계는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학교에서 일어나는 소통의 형태가 과연 우리들이 그리는 모습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을 것이다. 만남, 시선, 표정, 사용하는 낱말의 ‘오고 가는’ 것에 따라 관계는 가까워질 수도, 아니면 새로운 사람으로 잉태하게 할 수도 있다.
처음 자동차를 운전할 때의 두려움과 어설픔에 대해서는 특별한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운전을 하는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처럼, 양적 변화는 질적 변화를 수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생을 바꾸는 일은 엄청난 일이지만, 그것도 결국은 보고, 만나고, 서로 알아가는 관계, 즉 ‘오고 가는’ 되는 데서 시작한다. 어쩌면 우연한 만남이 한 인생의 새로운 무늬를 만드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고대부터 爲政在人을 강조하였고, 其人思想이 중요시 되었던 이유다. 즉 지금 우리들이 꿈꾸고 있는 바로 그런 사람인 것이다.
‘오고 감, 가고 옴이 있는 사회’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소통의 사회, 따뜻한 사회인 것이다. 무의미한 말의 가고 옴이 아니라 의미를 헤아려서 공통의 지향점을 찾아내는 ‘오고 감’인 ‘왕래’여야 한다.
교육도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쌍방향 의사소통인 참된 만남이어야 한다. 그것은 ‘질문과 대답의 오고 감’이다. 여기에서 참된 만남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행되어야 할까? 상대방에 대한 관심의 표현인 물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름다움이란 ‘알음다움’이고 그 반대는 ‘모름다움’이다. 만남이라는 것이 생사가 갈리는 차이를 가져다 줄 수도 있다. 그래서 보고, 만나고, 서로 알아가는 ‘아름다움’과 ‘모름다움’의 차이는 상상을 초월하며, 다름을 만들어내는 원재료인 것이다.
‘지척의 원수가 천 리의 벗보다 낫다.’라는 속담은 왜 생겨났을까? 지척 원수라 서로 아주 가까운 곳에 살면서도 오래 만나지 못하여 멀리 떨어져 사는 것과 같고, 이는 가까이 있는 원수나 멀리 있는 벗이나 ‘가고 오기’가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세태의 풍자일 것이다.
삶이란 각자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또한 공자의 ‘仁’인이다. 미래핵심역량의 하나인 人性도 오고 감으로써 생겨나는 것이다. 미움도 사랑도 제게서 난다는 말은 사람다움도 사람과 사람의 오고 감에서 찾아볼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가 중요시 하는 인성도 사람과 만나고 부딪히는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나고 체화되는 것인데, 사람과 일상을 제쳐놓고 인성을 말하고 있으니……. 미래 사회의 역량의 하나인 ‘소통’도 ‘오고 가는’ 과정에서 길러지는, 즉 ‘왕래’ 속에서 움트는 것이다.
옛말에 ‘物有本末, 事有終始’라는 말이 있는데 가장 무심히 지나치는 경구일 것이다. 모든 사물과 인간사에는 시작과 끝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것은 오고 감, 즉 왕래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성취와 행복으로 가는 사다리인 것이다.
‘가고 오는’ 것은 사람을 바꾸고, 학교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며, 자신을 바꾸는 중요한 작업이다. 이런 위대한 작업이 현실에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생각, 말, 행동, 시선, 표정, 낱말 등이 오고 가야 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라는 우리의 속담은 우리가 매일 씹어 먹어서 몸으로 구체화시켜야 한다. ‘생활이 사상이고, 사상이 생활이 되는 삶’, 그것만이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삶이란 자연스럽게 스쳐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해할 때 우리에게 축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어려움은 그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질문은 생각을 모으는 자석이며, 해결의 열쇠인 것이다. 인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하고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즉 ‘가고 오는, 오고 가는’ 모습의 실천! 우리가 꿈꾸는 사회와 학교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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