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고을에 노부부가 살았습니다.
이 부부에겐 오랫동안 자식이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40대 후반에서야 고맙게도 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늦게 얻었다고 아들 이름을 만득이라고 지었습니다. 만득이는 이 부부에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여보, 하느님이 도우셔서 우리에게 귀한 아들을 주었네요.”하고 아내가 갓난 아들에게 젖을 주며 말했습니다. 아내는 무척 기뻐하였습니다.
“당신 고생했소. 건강하게 잘 키웁시다.”하고 남편도 만득이의 귀여운 손가락을 만지며 기뻐하였습니다.
아들이 너 댓살이 되었습니다. 아장아장 걸음마도 하고 몇 마디 말도 옹알거렸습니다. 부부는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만득이의 재롱떠는 모습을 보려고 가끔 장난을 쳤습니다.
“니 어머니, 한번 때려라.”만득이는 고사리 같이 작은 손으로 어머니의 얼굴이며 팔, 가슴 등을 콩콩 때렸습니다.
“아이고 아파라. 호호, 니 아버지, 한번 때려라.”아내도 만득이에게 아버지를 때려라고 시켰습니다. 만득이는 서슴지 않고 아버지에게로 가서 아버지의 얼굴, 팔, 가슴 등을 종주먹으로 때렸습니다.
“아야, 아야!”하고 남편은 아픈 시늉을 하면서도 아들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눈과 입은 저절로 웃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이렇게 부모를 때리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자라면서 심심하면 부모를 툭툭 때렸습니다. 아들은 부모님이 맞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들이 스무 살이 되었습니다. 체격이 튼튼한 청년이 되었습니다.
힘이 세어져서 주먹으로 부모를 한 대 치면 늙은 부모는 뒤로 넘어졌습니다.
“아이고, 아이고.”부모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들은 그래도 부모를 툭툭 때렸습니다.
“아버지, 한번 맞아보실래요?”하고 아들이 힘센 팔뚝을 들어 아버지의 가슴팍을 탁 쳤습니다. 아버지는 나동그라졌습니다.
“이러다가 우리 죽겠어요.”하고 아내가 시퍼렇게 멍이 든 가슴을 어루만져주며 말했습니다.
하루는 아들이 어머니의 등판을 쳤습니다. 어머니는 앞으로 고꾸라져서 무릎을 다쳤습니다.
“이러다가 당신 제 명에 못살겠어.”하고 남편이 아내의 무릎과 가슴을 주무르며 말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습니다.“우리가 아들놈한테 맞아죽기 전에 아들을 멀리 보냅시다.”아내는 사랑하는 아들을 곁에 두고 싶지만 아들한테 맞아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편 말을 따르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여기서 가까운 영광 법성포에 가서 조기를 도매로 떼어다가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파는 조기행상을 하도록 합시다.”아버지는 만득이에게 모아둔 돈과 이웃에게 빌린 돈 20냥을 주며“이제 너도 스물이 넘었으니 돈을 벌어 니 앞길을 니가 스스로 열어가도록 해라.”하고 말했습니다.
만득이는 영광 법성포로 갔습니다. 아버지가 가르쳐준 대로 조기를 도매로 떼어 조기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만득이는 조기상자를 등에 걸쳐 메고 이 마을 저 마을 다니며 ‘조기 사시오. 조기 사시오.’하고 외쳤습니다.
어느 날, 산 속 깊은 마을 입구에 들어섰을 때였습니다.
“여보시오. 조기 있소?”하고 한 건장한 청년이 만득이를 불렀습니다. 청년은 조기 중에서 제일 굵은 조기 다섯 마리를 샀습니다.
“저 청년이 조기를 어떻게 요리하는 지 한번 구경이나 할까?”
실상 만득이도 조기는 팔러 다녀도 조기 요리를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기요리를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만득이는 청년을 뒤따라갔습니다.
청년은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에 살고 있었습니다. 늙은 부모를 모시고 있었습니다. 청년은 부엌에서 쌀을 씻어 밥을 하고 조깃국을 끓였습니다.
흰쌀밥과 조깃국으로 밥상을 차려 늙은 부모 앞에 내왔습니다. 그런데 이상하였습니다. 청년은 부모가 식사를 끝마칠 때까지 밥상 앞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세상에! 저렇게 부모님을 공경하는데 나는 매일 때리기나 했구나.”만득이는 크게 뉘우쳤습니다.
“이런 것이 사람 사는 세상 인가 보다.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만득이는 못 판 조기를 그대로 담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니, 아들아, 벌써 왔니?”하고 아들의 어머니가 놀래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들이 또 때리며 행패를 부릴까보아 노부부는 가슴이 조마조마 하였습니다.
아들은 팔을 걷어 부치고 부엌으로 갔습니다. 정성껏 쌀을 씻어 조깃국을 끓였습니다.
밥상을 차려 안방으로 가져가 부모 앞에 놓았습니다.
부모는 아들이 차려 온 밥상 앞에서 덜덜 떨었습니다. 그래도 밥숟가락을 들지 않으면 아들에게 또 맞을까 보아 떨리는 손으로 밥을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상하게도 아들은 부모가 밥을 먹는 동안 엎드려 있었습니다. 평상시 하지 않던 아들의 행동을 보고
“요놈이 우리들을 잘 멕여 갖고 저 세상으로 보낼 모양이다.”하고 부모는 생각하였습니다. 목이 메어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밥숟가락을 놓았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맛있게 드셨습니까? 저도 이제 효자 노릇을 해 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제가 너무 철이 없었습니다. 이제야 세상 물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은 그동안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 후, 아들은 마을에서도 유명한 효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든다, 효자를 만든다.’는 뜻으로 후세 사람들은 ‘조기 장사를 보내라’는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고 도서 :『광주의 설화』, 광주민속박물관 발간)
□ 생각 톡톡
톡1. 스무살이 넘어 장성한 청년이 되었는데도 아들이 부모를 때린 이유를 이야기해 봅시다.
톡2. ‘사람을 만든다, 효자를 만든다.’는 뜻으로 후세 사람들은 ‘조기 장사를 보내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조기 장사를 보내라’는 말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는지 서로 토론해 봅시다.
톡3.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아들과 노부부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써 봅시다.
◎ 프로필 정소영(丁昭榮)
▲ 공주교육대학교 졸업
▲ 조선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 해남교육청 장학사
▲ 전라남도교육연수원 연구사
▲ 교육부 초등 국어과 교과서 심의위원
▲ 아동문예 신인문학상
▲ 종문학나눔우수도서 선정
▲ 현재 전남 순천 팔마초등학교 교장
▲ 저서
- 한국전래동화 탐색과 교육적 의미
- 동화집 아기몽돌의 꿈
<호남타임즈신문 2017년 5월 31일자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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